5/17/2013

체온결핍증

그렇게 잘 놀고, 잘 웃고, 잘 마시고선 돌아오는 택시에서 내려 집까지 걷는 길이 이리도 쓸쓸할 줄이야. 그리고 집에 왔을 때 반겨주는 바퀴벌레 한 마리 조차 없는 집이란게 이리도 쓸쓸할 줄이야.
누군가와 함께이고 싶다. 꼬옥 안고 있고싶다. 늦은 시간 술 한잔 걸친 이 정신상태로는 도저히 지금 이 순간을 버틸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아서 어찌되었든 끄적여보면 나아지지 않을까 해서 키보드를 두드린다. 누군가와 함께이고 싶다. 누군가를 꼬옥 안고 있고싶다. 하필이면 집에 오는 길에 떠오른 노래가 김연우씨의 이별택시라서 기분이 더 이런지도 모르겠다. 갈피를 잡을 수도 없는 방황의 사거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내 심장이 어디로 가야할지 아저씨에게 묻는다 하여도 아저씨는 대답하지 못하겠지.

누군가를 안은 채, 꼬옥 안은 채 있고싶다. 함께 있을 누군가가 없기에 더 한 기분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안은 채 있고싶다. 체온을 느끼면서.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