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9/2013

김진솔(31세, 학생)씨는 디스커션 성공중.

오늘의 디스커션을 실험 데이터 하나 없이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서 갑자기 끄적이고 싶어졌다. 사실 알고보면 다들 알고있고 별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하는 저도의 자랑질. 화공계열이 아니거나 혹은 마찬가지로 실험을 하는 계열의 대학원생이 아니라면 전혀 해당이 되지 않을수도 있음을 미리 밝혀드린다.

1. 매 주 최소량의 실험데이터를 유지한다. 그러기 위해선 실험 스케쥴을 아름답게 짜는것도 좋다. 참고로 최소량의 실험데이터는 내가 아닌 교수님이 판단하는 기준에 맞춰야 한다. 교수님이 봤을 때 최소한 이정도는 해야된다 라는 수준. 문제는 교수님따라 어느정도 원하실지 다르고, 심한 경우는 같은 교수님 밑에서라도 테마에 따라 다르게 매겨지기 때문에 스스로가 잘 판단해야한다. 내 기준에서 최소량을 채웠는데도 교수님께서 "이건 언제 할꺼냐. 왜 안했냐" 등의 질문공세를 퍼부을수도 있으니 주의.

2. 만약 적정량의 실험데이터가 나오지 않았을 경우나 데이터가 원하는 수준에 못미치는 경우, 나온 부분(혹은 진행상태)까지 말씀드리고 문제점을 분석[했고] 그에 따라 현재 다시/계속 [실험중]임을 강하게 어필해야 한다. 당당하게 지금 돌리는 것 주말까지 결과 내서 다음주 초에 보여드리겠습니다! 하고 급한대로 땜빵도 가능하지만, 그렇게 넘어갔을땐 다음주 초에 개별미팅을 가지고 주말에 또다시 미팅을 해야한다는 불리함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라. 그 사이에 데이터가 갑자기 평소에 비해 많이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으니까.

3. 결과가 좋지 않아 살펴보니 뭔가 실험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 같고, 개선 방향이 확실치 않을땐 해당 문제점과 관련된 논문을 들고 정중하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 [현재 진행 상태가 이러이러하고 지난주까지 혹은 현재까지의 결과가 이러이러하다. 내가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러이러한 논문을 찾았고 읽어본 감상은 이렇다. 그런데 확실치 않으니 교수님께서 방향을 제시해달라]고 말하라. 자칫하면 기초도 제대로 안되있다고 생각하실수도 있지만, 적절한 논문의 선택과 말빨이 된다면 디스커션 시간을 혼나는 시간이 아닌 교수님과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으로 바꿀 수도 있다.

4. 피치못해 2번이나 3번을 한 주 써먹었을 경우 한달 정도는 1번 혹은 이상의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자. 실험결과가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가아지 않는다면 결국 디스커션의 성공은 시간과 노력의 투자에 달려있다. 될 때 까지 해야지. 그래도 안나온다면 할 수 없겠지만 최대한 개선을 위한 노력의 결과가 이렇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자. 실패한 데이터 수두룩이라도.

5. 특히, 분석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요즘 Tool도 좋은게 많이 나왔고, 대충 값 때려넣으면 이 값은 무엇무엇임 하고 기어나오는 녀석들도 많은데, 이거 자칫하면 생각없이 넣고 나왔네 이거네 하고 넘어가버릴수도 있다. 이 분석에 대해서 원리를 알고 이유를 알면 분석값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을 때 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가능성을 들고 가는 것과 분석에 대해서 영 모르는 상태로 가는 것 중 어떤것이 본인에게도 디스커션에도 좋을지는 당연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번외 : 만약 이번주 데이터가 관련된 것으로 여럿 나왔고, 다음주는 사정상 뭘 어찌해도 이번주만큼 안나오겠다 싶으면 하나쯤 슬그머니 세이브해둬도 된다. 대신 교수님께서 다음번에 세이브해둔걸 원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교수님께서 지시한 실험 방향이 확 변경될 경우 망할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도록 하자. 다음주에 "이건 왜 했냐?" 라는 말을 들을수도 있고, 그 쯤 되면 교수님도 해당 학생이 실험데이터를 조금씩 꽁쳐둔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대학원에 와서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디스커션 하는 것은 결국 좀 더 새롭고 나은 결과를 도출해내 그 것을 논문 혹은 특허를 통해 널리 알리고자 함이다. 가깝게는 교수님의 평가가 좋아지고, 멀게는 내 이름이 당당히 적힌 논문을 세계에 알리고.
매 주 디스커션을 하게되면 처음 시작했던 방향을 잃고 교수님도 본인도 표류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실험을 위한 실험을 하다보면 어느새 데이터는 쌓였는데 연관성도 떨어지고, 이걸로 논문을 쓰자니 채워야 할 데이터가 군데군데 숭숭 뚫려있는 경우도 생긴다. 이 것을 방지하기 위해선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 뿐만 아니라 교수님께 자주 해당 실험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인식시켜드릴 수 있는게 중요하다. 물론 교수님도 알고계시지만, 실험 결과를 분석하다보면 가끔 그 목표를 간과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니 조심스레 말을 해야 할 것이다.

예전에도 데이터 짱박고, 실험 안될때 논문 들고가고. 이런 짓 수도 없이 해봤고, 아마 다른 대학원생도 급할때 짱박은 데이터 꺼내 써보거나, 미리 써둘 데이터 안남겨둔걸 아쉬워해본 경험이 한두번쯤은 있지 않을까 싶다.
중요한건 교수님의 인식이 나빠지지 않을 선, 내가 무언갈 하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것을 적절히 어필할 수 있는 선에서 해야 할 것이고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잊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사족. 역시 생각하며 쓰는 글은 잘 안써진다. 더더욱 정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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