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버스엔 승객이 아무도 타고있지 않았다.
어느 곳으로 가든 어떠랴.
난 버스정류장 앞에 서서 버스가 멈추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 버스는 곧 내 앞에 멈춰섰다.
어느 곳으로 가든 어떠랴.
난 버스정류장 앞에 서서 버스가 멈추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 버스는 곧 내 앞에 멈춰섰다.
"오늘은 손님 안태워요!"
창 너머로 단호하게 말하는 기사분의 의지에 어차피 이 버스가 아니면 또 어떠랴 하는 생각이 겹치며 그 버스를 그냥 보내버렸다.
목적지도 정확치않은 주제에 그저 '빨리 가면 됐지 뭐'라며 아까 타지못한 버스를 아쉬워하던 난 결국 몇 번의 버스를 더 놓쳤고, 이윽고 시간의 흐름에 담긴 힘을 빌어 스스로를 조급함에 빠뜨려버렸다.
조급함에 발을 동동 구를때 즈음 길 건너에 서있는 한 대의 버스가 눈에 들어온다. 마침 횡단보도에 초록불이 들어온 상황. 이거야! 럭키! 를 외치며 달려가 버스를 바라보았다. 방금전까지의 조급함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겉으로 보이는 버스의 모습은 새 버스 같은데 내가 다가가자 삐걱대며 반쯤 열리는 앞문에 문득 겁이났다.
"탈거야, 안탈거야?"
기사분의 물음이 귀로 전해지자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아 이걸 타야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반, 이걸 타면 안돼 하는 생각이 또 절반. 혼란에 빠진 나는 결국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반쯤 열린 그 문에 한 발을 올려놓고야 만다.
이 버스가 어디로 갈지는 모른다. 어떤길을 지나갈지도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이 버스를 내리기 위해선 지금 올려둔 이 발을 내려놓고 그냥 보내는 게 가장 좋다는 사실 하나 뿐이다. 어쩌면 좋지? 어떡하지? 아. 나 결징장애인가? 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 버스의 뒤로 와서 멈춰선 버스는 오늘 손님을 안태운다던 첫 버스였다. 기사분도 그대로, 버스 번호도 그대로인데 뭔가 저걸 타고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지금 올려둔 이 발을 내려놓고 싶어진다.
당신이라면 어떡하겠는가. 난 이 순간이 너무 어렵다.
14th June
덧.
항상 하지 말라는 것은 하고 싶어지기 마련, 손님을 안태운다던 그 버스에 타고싶어졌다.
18th June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