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9/2013

침묵.

싸늘히 식은 그 눈빛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난, 내 기분이 내키는 대로 주절대고 있었다. 뭔가 즐거이 이야기를 꺼내어 네쪽으로 밀었는데, 넌 그 이야기에게 관심은 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그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의 시선을 따라가서 만난 바깥은 이미 꺽어져 내려오는 붉은 태양빛이 온 세상을 발갛게 물들이고 있었고, 방금 전까지의 이야기조차 또다시 잊은 채 난 네게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려 움직이기 시작했다.
"..."
어째서인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화가 난건지도, 어쩌면 싸늘하게 식은건지도. 내게 그 순간 중요하게 다가온 사실은 더 이상 너의 눈빛 안에 나에 대한 어떤것도 담겨있지 않다는 기분이었고, 이 기분은 그 즉시 나를 화장실에 못간지 두세시간쯤 된 놈처럼 안절부절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
침묵은 예전부터 내게 늘 낯선 친구였다. 내가 말을 하지 않으면 침묵이란 친구는 늘 내 곁에 머물고 있었기에 내게서 그다지 멀리 있지 않음을 알면서도, 이 녀석이 낯설어 나는 늘 내 말을 지껄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순간에도 나는 무엇인가를 지껄여야만 나와 네 사이에 다소곳이 앉아 눈을 내리깔고 있는 침묵이라는 이 친구를 옆으로 밀쳐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
난 이만 가볼께. 라는 말조차 없었다. 침묵이란 친구는 그 눈을 내게 돌린채 미소를 지었고, 넌 이미 내 앞자리에서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나의 목적에 부합하지 못한 주절거림은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한 채 침묵에게 또 다른 이야기거리만 넘겨준 꼴이 되었다.
"..."
괜스레 말이 없이 여기 내 바로 앞에 앉아있는 침묵이란 이 친구가 미워졌다. 이 녀석 때문이야! 이 녀석이 널 여기서 밀어내고 너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여기 온 탓에 내가 이렇게 되버린거라고!
"..."
나도 안다. 이 녀석은 아무런 잘못도 없음을. 그저 내가 이 녀석에게 가진 감정이 낯섬과 불안함이기에 떨쳐내고 싶어서 이 녀석에게 화풀이 하는 것임을. 그리고. 결국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한 채 난 홀로 남았다. 아니, 침묵이라는 친구와 함께 남았다.

나는 어디를 향해 말을 걸어야 하는지, 누군가 내 말을 받아줄 사람은 있는지.






-오늘 멘탈이 안좋은게 이런데서도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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