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그 아이는 내게 별 감정이 없었을 것이다. 내 행동에 부담감을 느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쨌건, 내가 군인일 때 휴가를 나오게 되면 휴가 두 번에 한 번쯤은 만나서 영화도 보고 했기에, 그리고 군인이라는 직업의 특수성에 기인해 아마 호감이 생긴게 아닐까 싶다. 쓸데없이 외롭고 XX염색체만 바라봐도 설레이는 직업이니까. 어쨌든, 내가 매일처럼 지나치는 곳이 바로 마지막으로 그 아이와 만나서 갔던 곳 바로 앞이라는 사실을 느끼게되자 몹시도 그 아이를 다시보고 싶어졌다. 그 때 그 아이는 나날이 예뻐지고 있었으니까 아마도 지금쯤은 더 예뻐졌겠지 라는 헛된 기대감을 가진 채.
그런데 현실로 돌아와보니 31세 군필 대학원생(석사과정) 차없음 빚있음 이라는 소위 말하는 스펙에 더불어 아마도 그 아이의 취향과 내가 거리가 참 멀었다는 기억이 떠올라 순식간에 스스로를 시궁창에 빠뜨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 쯤에서는 안될꺼야 아마 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게, 설령 모든게 내가 마음먹은대로 된대도 사람 마음만은 내 마음대로 안되더라 하는 뼛속 깊이 새겨진 경험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잘 살고있겠지. 음. 새삼스레 궁금해지네.
28. F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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