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2013

집에 오는 길에.


그는 그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오고 있는 중이었다.
약 5분쯤 걸었을까, 어딘가에 숨어있던 그가 나를 놀래키며 파고들었다.
"앗, 자, 잠깐만.."
그는 마치 내 나신을 꿰뚫어보는 것 처럼 나의 약한 부위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아직 집까지 가려면 15분은 더 걸어가야 하는데, 왜 하필 벌써?' 라는 생각이 들자 곧 그는 그 부위를 간지럽히고 꼬집고 할퀴고 찌르며 즐거워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순 없어. 어떡하지? 소리라도 지를까? 그럼 누군가가 나를 도와줄까?' 라고 생각했지만 버스에서 내려서 집까지 오는 길은 이 시간이면 사람은 커녕 낮에 그리도 많이 돌아다니던 개 한마리 찾아보기 힘든 어둑어둑한 길이다. 위험했다. 그는 계속 집요하게 나를 공략해왔고, 나는 그를 최대한 무시하려 애쓰며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빨리했다. 순간순간 그의 손놀림에 움츠려드는 몸과 자연스레 그 부위에 들어가는 힘으로 미쳐버릴 것 같았지만 이대로 그에게 나를 맡겨버리는 것 만큼의 수치는 없기에 묵묵히 걸음을 재촉했다.
"띠리리리리-"
제길, 꼭 이런 난감하고 부끄러운 순간에 전화는 오기 마련인가보다. 이제 집까지 5분도 채 안남았는데 마치 모 동영상에서 본 것 처럼 이런 타이밍에 전화가 온다. 어쩔 수 없지. 받았다. 순간순간 온 몸을 타고 흐르는 전율과 나도 모르게 들어가는 힘에 떨리는 목소리를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길 바라며 통화를 했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며, 게다가 나름 내가 아끼는 사람이기에 정말로 바라며 걸었다.
그의 공격은 마침내 나를 두세걸음마다 한 번은 온몸에 힘이 들어가며 부르르 떨 지경까지 몰아세웠다. 통화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집이 보이기 시작한다. 안되겠다. 이젠 이판사판이다. 라는 생각으로 냅다 뛰었다. 뛰기 시작한 순간 그가 당황했는지 잠깐 나를 놓쳤다. 지금이 아니고선 절대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 생각하고 나는 미친듯이 달려 집에 도착했다. 문을 걸어잠그고 한 숨을 돌리자마자 어느새 내 뒤를 따라들어와 문을 닫기도 전에 같이 집으로 들어온 그가 웃으며 나를 다시금 만져왔다. 이젠 어쩔 수 없다. 집에까지 왔는데 그냥 이대로 쫓아버리기엔 내 몸이 너무나도 달아올랐다. 이젠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옷을 하나씩 벗어던졌다. 그에게 잠깐만 기다리라고 신호한 뒤, 잠깐 손을 놓은 그를 향해 의외로 말을 잘듣는다는 생각을 하며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변기에 앉자마자 그를 강력한 나의 괄약근을 이용해 내 몸 안에서 쫓아내버렸다. 정말 힘든 싸움이었지만, 결국엔 내가 웃게되었다. 고진감래가 따로없다. 정말이지 지옥같고 자칫하면 치욕스러울 뻔 했던 15분이었다. 안녕 망할 설사야. 다음부턴 미리 신호좀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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