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5/2013

관심병

"관심병", 혹은 "관심종자"라는 이야기가 있다. 주변 사람들(혹은 인터넷 모 처 이용자)의 관심을 받기위해 오버하거나 심지어 허위사실을 유포하기도 하며 해당인들로부터 관심을 받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엊그제쯤 마트에서 아이가 우는 것을 보았다. 어머니는 조금 당황했는지 어찌할줄 모르며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는데에만 모든 노력을 집중하고 있었다. 아이의 울음은 "내가 현재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이슈를 갖고 있으니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고, 잠깐이지만 그 아이가 가진 이슈는 과연 뭘까에 대해 생각하다가 내 생각으로 이어졌다.

내가 어렸을 때, 그러니까 80년대의 대부분을 부모님께서는 맞벌이로 보내셨다. 난 자연스레 친척집이나 어린이집 등을 전전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 시절 난 내가 관심받고자 무던히도 노력했던걸로 기억한다. 내가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짧게 볼 수 밖에 없는 부모님(정확히는 어머니)을 한 순간이라도 더 보고싶어서가 아닐까 짐작된다. 관심받기 위한 행동도, 쓸 데 없는 울음도. 그리고 지금 당장은 떠오르지 않는 하나 혹은 그 이상의 계기가 있어서 더 이상 그러한 관심병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게 된 걸로 생각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1세기의 초입, 대학에 다시 진학하고나서야 관심병이 다시 표출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의 관심이라면 이 때는 이성의 관심이었다. 이전부터 알고 지내오던 친구부터 새롭게 알게 된 분들까지. 그렇게 중구난방으로 관심을 얻기 위해 뛰어다닌 때는 아마 이후로도 없을것이다. 내가 호감이 없다 하더라도 일단 내게 관심가져주기를 원했던 가장 멍청했던 시절이 아닐까 싶으니. 어쨌든 2004년에 와서야 내 관심병을 영원히 치료해줄 수 있을지도 모를, 서로가 서로에게만 관심을 가지게끔 하는 그런 사람을 알게 되었고, 정말 치료가 되는 듯 싶었다. 내가 다시 관심병이 도지고 다른 여타의 이유를 섞은 뒤 "힘들다"는 말로 떠나버리기 전 까지는.

지금에와서는 다시금 관심병을 최대한 숨기고자 노력하고 있다. 튀어서 좋을것도 없고, 비단 내게 이성 호감이 있는 사람 뿐만 아니라 나와 친한 친구분들 역시 내게 관심을 가져준다는 사실 또한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 분들께 관심병을 표출하며 민폐를 끼치는건 예의가 아님을 아는데 어찌 더 할 수 있겠는가. 지금까지의 호의도 너무 감사할 따름이니까.

내가 이 말을 꺼내게 된건 단지 내가 관심병을 가지고 있는 관심종자라는걸 말하고 싶어서만은 아니다. 나는 분명 관심종자가 맞지만, 그 것 보다 오히려 내가 이 정도에서 스스로의 경험으로 자숙할 수 있게 된 점은 부모님의 존중과 사랑 덕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께서는 내가 울거나 투정을 부릴 때면 늘 원인과 결과를 내 편에서 짚어보고 나와 같은 위치에서 해결하려 노력하셨고, 그 것이 지금의 나를 세우는데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최근들어 다시금 관심병이 도지려고 하는 증세가 조금 있었고, 그 것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고 스스로 느끼던 차에 이런 좋은 똥을 생각하게 해준 마트의 아이에게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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