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8/2014

재미있고 멍청한 감정 이야기.

설레임이 있었고, 그 설레임의 끝엔 네가 있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설레임에 나는 정신이 혼미해진 채 너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너의 안에 내가 머무를 공간을 만들고, 조금씩 그 공간을 키워나갔다.
그 때 너는 나의 설레임을 조롱하기라도 하듯 다른 사람의 손을 잡았다. 내가 키워나가던 공간을 보며 불안했던 그 사람이 나보다 한 발 앞섰다.
나는 그 사실에 미처 내 감정을 추스를 새도 없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었고, 재밌게도 날 조롱하던 너는 내가 비켜준 그 자리를 채우지 못해 내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제대로 된 생각조차 하지 못하던 찰나 내밀어진 손을 난 굳게 움켜잡고 그걸로 너무나 행복하다고 느꼈다.
너의 하루의 시작과 끝엔 다시 내가 있었고, 넌 우습게도 그 사람과 잡은 손도 놓지 않고 있었다.

아, 멍청한 나여. 어찌하여 이렇게 사리분별이 안된단 말이더냐.

너와 내가 몰래 다시 잡은 손을 그 사람이 바라보게 될 즈음에서야 난 모든걸 깨달을 수 있었다.
넌 결국 내가 네 안에 만든 자리를 채우기 위해 나를 다시 불렀고, 나는 그 안에서 내 자리를 넓히기 위해 더욱 몸부림쳤다는 사실을.
너에게 물었다. 반대쪽 손을 놓을거냐고. 나와 잡은 이 손만 남을거냐고. 그리고 넌 화가 난다 했다.
나와 손잡은 사람이 다른 누군가와도 손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있고, 이 사람이 나와만 손잡기를 원하는 이상 그냥 이대로 서있을수는 없었다. 그래서 난,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내 손을 그만 놓아주길 바랬다.

놓아주더라. 미안하단다. 내 설레임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일어나지도 않았을 미안함이지만, 알았다고 할 수 밖에.

그 자리를 이제 네가 먼저 손 내민 그 분이 채우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나는 이 설레임을 이 감정을 정리할까 한다.

재밌고도 멍청한 감정이었다. 서른두살의 서투른 설레임에 관한 짧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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