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2/2014

얼룩.

정말 많은 사람이 서로를 지나치고 지나간다.
그리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지나간 흔적은 때론 마치 잘 지워지지 않는 얼룩과 같다.
오래도록 머물다 지나갔음에도 먼지 한 점 앉은듯 훅 불면 날아가버릴 흔적만 남기고 가는 사람.
훌쩍 지나가버린 것 같은데도 흰 블라우스에 쏟아버린 커피마냥 잘 지워지지 않는 얼룩을 남기고 가는 사람.

대체로 후자의 사람들에게 나는 크게 영향받아버리고, 크게 기뻐하고, 또 크게 슬퍼하는 편이라. 되려 전자의 사람들에게 관심도 애정도 잘 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는 빠르게 지나갔음에도 남은 얼룩을 지우겠노라 헛된 힘을 소비해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은, 한 얼룩이 잘 지워지지 않는다.
그 며칠새에 빨리 그리고 많이 지웠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저기 조금씩 남아있는 얼룩은 때로는 내 머리를 때로는 내 귀를 때로는 내 입을 때로는 내 가슴을 따갑게 만든다.

이 얼룩을 만든 사람은 내게 그만큼 자극을 주고 지나갔나보다. 그렇게 서둘러 가버렸으면서 내게 그만큼 얼룩을 남기고 갔나보다.

그래서 아직은, 아직은 지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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