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2014

쓸모

중2병? 고2병? 어쨌든 내 스스로가 정말 쓸모없는 잉여인간이라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내 몸 하나 제대로 관리도 못하고 쓸데없이 이리저리 막 굴리다가 내 몸을 내가 관리하기도 힘들어졌던 그 때.

꼴에 좋은 학교를 다녔다고 등록금 대출은 신나겨 받아놔서 이름 딱지 뒷편은 온통 빚으로 얼룩져있고, 부모님의 회사 사정이 이렇든 저렇든 신경도 안쓰고 내가 번 돈도 아닌 부모님의 돈을 이리저리 쓰고 다니던 그 때.

그 시기를 조금 지나고 정신차리고 나서야, 휴학 상태로 일도 해보고 돈 한 푼 벌기가 그리고 그 한 푼으로 살기가 이렇게나 어렵구나 하는 것을 알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나보다.

나 자신이 쓸모없다는 생각을 바꾸기 위해 내 쓸모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고, 다행히도 어머니께 정말로 쓸모있는 존재로구나 라는걸 알았다. 그리고 이리저리 내 주변에 나를 신경써주고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사람 사이에 섞여 숨을 쉬는게 가끔은 너무도 어려운 내게 이 사람들은 산소호흡기 같은 존재라. 이 사람들의 격려와 질책을 먹으며 내 쓸모가 숨쉬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어찌어찌 졸업까지 하면서 몇 번이고 내 쓸모에 대해서 다시 고민했지만, 그래도 나 자신을 다잡고 여기까지 왔다. 나는 지금도 쓸모있는 사람이고, 앞으로도 쓸모있는 사람일거다.

이제 취업길도 중반에 접어들고 있다. 내 쓸모가 그 분들의 필요와 부합하다는 것을 당당히 그리고 멋지게 말해야겠다.

나는. 나는 비록 누군가에게는 쓸모가 전혀 없을지라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니 적어도 나 자신에게는 정말 쓸모있는 사람이다. 그렇게 믿고 그렇게 살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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