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2014

무제. 6월 12일 2014년

불안감은 곧 나의 위치가 정반대가 되면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한때의 나는 주로 고민을 들어주는 입장. 듣기만 하기도 해결책을 제시해주기도 같이 화내거나 슬퍼하기도 하는 그런 입장이었다. 마치 내 머리 위에 자그마한 금관이라도 하나 쓴 듯 다녔고 그 시절의 나는 그렇게 여럿의 작은 심적 기둥 역할을 하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의 나는 내 위치가 불안하고 내 입지가 작고 내 상황이 위태로운 처지에 놓였고 그 때 내가 썼던 그 금관은 사실 금관이 아닌 볼품없는 쇳덩어리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나를 위해 금관을 써줄 사람을 찾고있는 나를 발견하고야 마는 것이다!

기댈 수 있는 사람.

외롭기에, 힘들기에. 이런 상황에서 그런 사람을 찾는다는게 대단히 위태롭다고 늘상 얘기했던 내가 이런 상황이 되니 찾고있다.

내가 그 기댈 수 있는 사람이던 때는 지났다.

아직도 내게 가끔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되는데, 그럴 때마다 내 자신이 부끄럽고 보잘것없게 느껴진다.
지금의 나는 그 때의 나와 달라서 내가 되려 아래에서 위로 손을 내밀고있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억지로 티내지않고 귀를 열려고 노력한다. 슬프다. 나의 이 외로움은 힘듦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도 없을 뿐더러 내 스스로를 돌이켜보건대 앞으로의 해결 가능성조차 찾기가 요원하다. 그렇기에 더욱 내 손을 잡아줄 사람을 찾으려고 노력하는건지도, 그렇기에 더욱 내 마음이 기댈 수 있는 사람을 찾으려고 노력하는건지도 모른다. 위험하고 위태롭다.

다행이라고 생각되는건, 내가 이런 모습을 이런 위치를 유지하는 한 내게 예전의 나 같은 든든함이 되어줄 사람이 생기지는 않을거라는 점.
불행이라고 생각되는건, 내가 이런 태도를 이런 관점을 유지하는 한 내게 예전의 나 같은 듬직함이 되어줄 사람이 생기지는 않을거라는 점.

어느새 이렇게 바뀌어버린 내 위치는 내게 너무나도 큰 불안함을 선사해주는가보다.

스스로에게 조언을 던지고 스스로를 일으켜세울 힘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른 이의 손을 잡아줄수도, 다른 이가 손을 잡아줄수도 없는 지금의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나만 바라봐줄 내가 오롯히 바라봐줄 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여기에 또 저기에 손을 내밀고 잡아달라 외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제대로 외치지도 못하면서. 아서라. 그러다가 더 큰 아픔과 괴로움과 슬픔만 남을지도 모른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