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5/2014

눈을 크게 뜬다.
사위는 아직 적막에 휩싸인채 거뭇거뭇하다.
앞인지 뒤인지 구분이 채 가지 않는다.

빛이 있었다.
빛이라고 믿었고, 빛으로 보였기에.
그 곳을 향해 걸었다.
걸었고, 걸었다.

그리고 그 빛은 몇 번의 깜빡임 후에 사라졌다.
다시 눈을 크게 떠봐도, 수차례 깜빡여봐도.
빛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 짐작되는 그 부분의 잔상이 흐릿하게 잠깐. 그리고 어두워졌다.

왜.
왜 그 몇 번의 깜빡임에도 그 빛을 쫓아가지 못했을까.
왜.
왜 이렇게나 뒤쳐져선.

주변을 둘러보아도.
뒤를 돌아보아도.
방향감각마저 희미해진 채, 빛이 있었던 그 곳을 향해 걸어갈 의욕 한 줌만 남아 이 곳에서 제자리걸음을 한다.

눈 뜬 봉사.
자그마한 시냇물이 흐르는지 졸졸 소리만 들려오고.
이 냇물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분간할 수가 없다.
조심스레 손을 올려 얼굴을 매만져본다.

아!
이 시냇물은 내 눈에서 시작된 시냇물이로구나!
그리고 나는 눈 뜬 봉사가 되었구나!

아무리 눈에 힘을 줘봐도, 아무리 눈을 깜빡여봐도.
지금은 소용없을걸 안다.

아마 검게 타버린 이 마을 한 구석에서, 잘 보이지도 않고 잘 보려하지도 않았던 그 한 구석에서. 아직 채 다 타지못한 불이 남아 빛을 보일때까진. 확신에 가까운 느낌이다. 지금은 소용없다.

적어도, 적어도 이 시냇물이 마르고 내 눈이 사물을 분간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진. 그저 검게 타버린 이 마을을 씻고 내려갈 이 시냇물이 미처 채 씻지못한 불길을 볼 수 있게 되기 전까진.

눈이 따끔거린다. 아마 그을음이 들어갔겠지.
비벼본다. 다시 젖어오는 눈시울에 시야는 어두워진다.

어둡고, 어둡다.
빛은. 빛은 아직 남아있을까.
불길은. 불길은 살릴 수 있을까.
모르겠다. 용기도 의욕도 움직일 힘도 없다.
주저앉지 않는게 용하다.

이대로, 이대로 고작 며칠만 더 있으면 나 역시 이 잿더미 위에 주저앉겠지.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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